만화에 비낀 정치실상
며칠전 뉴스를 보던 나는 한편의 만화에서 눈길을 멈추었다.
최민의 시사만평인데 제목은 「영화같은 현실」이다. 만화는 권투링 안에서 분홍색의 속내의를 입고 겉에 양복을 걸친 흉하게 생긴 남자가 안경을 쓰고 펜을 형상한 모자를 쓴 상태에서 칼을 빼든 상대에게 『드루와, 드루와』하고 손짓을 하는 모습이었다. 얼굴은 남자이지만 분홍색 내의를 입은 걸 보면 박근혜를 형상한듯 하다.
이미 많은 적수들을 쓸어눕혔는지 얼굴과 온 몸에는 핏자국이 낭자하고 손에는 피칠갑을 한채 붕대같은 천을 몇겹 둘둘 감고 있다.
아마도 자기와 맞서보려는 상대는 밖에서만 위협하지 말고 직접 링안에 들어오라는 것인지 눈에는 득의양양한 독기가 서려있다.
오늘의 썩어 문드러진 한국의 정치실상을 직관적이고 해학적으로 잘 묘사했다고 본다.
실제로 지금 박근혜는 민생파탄에 경제파탄, 남북관계파탄에 망신외교 등 모든 일에서 제대로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민중의 비난과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속에 박근혜의 측근들과 친인척들의 부정비리가 속출하고 있어 안팎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이쯤되면 자기의 부패무능과 매국역적행위를 인정하고 스스로 권좌에서 물러나는 것이 옳은 처사이다. 만일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말이다.
그러나 지금 박근혜는 무너져가는 지반을 부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악하고 있다.
정계, 사회계의 강한 사퇴압력을 받고 있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한사코 싸고 돌며 보복정치를 하고 있는 것을 놓고 보아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우병우는 본인은 물론 처가족속과 아들 등의 각종 부정부패사건이 드러나 더이상 그 자리에 있을 처지가 못되는 시정배에 불과하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자리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아먹고 인사문제를 일신의 사리사욕에 이용한 것만 보아도 그는 응당 법정에 올라서야 할 피고이다.
야당과 새누리당의 비박계는 물론 친박내에서도 우병우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박근혜는 이같은 민심의 요구를 묵살하고 우병우에 대한 수사와 사퇴요구에 앞장서는 인물들은 모조리 숙청하고 있다.
우병우를 수사의뢰했던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그 첫 희생물로 되었다. 당국은 이석수가 특별감찰관 재직시기에 감찰 내용을 누출했다고 하면서 압수수색을 비롯한 본격적인 수사에 달라붙었고 큰 범죄를 적발한듯이 여론을 확산시켰다. 이에 따라 MBC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은『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니, 『국기문란』이니 하는 등의 요란한 감투를 씌우며 강도높게 비난했다.
시사만평에서 박근혜가 펜을 형상한 모자를 쓴 것은 자기의 정책집행에 보수언론이 앞장섰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청와대가 우병우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좌파세력』운운하며『우병우 죽이기에 나섰지만 입증된 자료는 없다』고 떠들면서 억지주장을 한 것은 아무리 수사를 하려 해도 우병우는 어쩌지 못한다는 박근혜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우병우의 부정부패를 파헤치려던 이석수는 오히려 음모가 깔린 사퇴압력을 받고 사표를 제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날 우병우의 처가와 강남 땅 부당 거래 의혹을 처음으로 보도했던 조선일보의 송희영 주필도 사임했다.
친박 중의 친박인 새누리당 김 모 의원이 송희영 주필의 호화 요트 접대 등의 문제를 부풀려 공개한지 얼마안되어 이같은 사태가 빚어졌다. 그것이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고 보수언론들이 그에 합세했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결국 우병우를 문제삼았던 인물들은 하나하나 제거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이 권력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 언론의 힘이라고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박근혜의 독단과 전횡은 극치에 이르고 있다.
상대를 완전히 꺼꾸러 뜨리자면 자기도 피해를 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만화는 정적들과의 치열한 대결을 보여주기 위해 박근혜를 형상한 인물의 온 몸에 핏자국이 나있는 것을 형상하고 있다. 그것이 자기의 피인지, 상대의 피인지는 분간이 안가지만 양자간에 피를 흘리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적으로 우병우를 싸고도는 박근혜를 비난하고 규탄하는 정계, 사회계 등 각계 국민의 빗발치는 목소리는 박근혜의 몸에서 나온 피로 형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손에 피묻은 천을 둘둘 감고도 그것을 자랑삼아 쳐들며 상대에게 『들어와』, 『들어와』하고 소리치는 것을 보면 정식 링안에 들어와 결투를 하자는 것이고 결과는 자기가 무조건 이긴다는 것을 암시하는듯하다.
이석수를 비롯한 몇대상을 처리하는 과정에 피를 좀 흘리고 손에 상처도 받았지만 어떤 상대와도 다 자신있다는 태도가 그대로 비껴있다.
어느 엽기적인 깽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흥미를 끌기 위해 상상을 동원해 만든 영화가 한국정치에 그대로 옮겨지고 있다는데 있다.
국회청문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들이 부정부패와 사기협잡 등 범죄적 행적을 무수히 가지고 있는 부적격자들임에도 불구하고 친박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그대로 임명될 수 있는 우려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박근혜의 독단과 전횡을 입증하는 사례들이다.
자기에게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멸사봉공하는 인물이라면 그 어떤 범죄자도 장관을 비롯한 정부요직을 차지할 수 있게 하고 자기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이라면 능력이 있건 없건 무조건 제거하려는 것이 박근혜의 통치방식이다.
정말 불법무법의 깡패세상이 이 땅에 그대로 펼쳐지고 있다.
민의에 역행하는 독재자는 제 명을 살 수 없다.
만화를 통해 극악무도한 독단과 전횡, 일당독주를 일삼으며 멸망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박근혜의 비참한 몰골을 그려보게 된다.
언론인 장 갑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