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광장
  • 인입 | 농민을 '연가시'에 감염시키는 '삽질' 정부
  • 작성자 《구국전선》편집국 2012-08-08

 

[인      입]

농민을 '연가시'에 감염시키는 '삽질' 정부

-한도숙 (전국농민회총연맹 전 의장)-
도시에 사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시골에 오면 "이런 곳에 살면 참 좋겠다" 는 말을 쉽게도 한다. 또 "나도 농사나 짓고 살았으면 좋겠다"라는 말도 한다. 탓하고 싶진 않다. 그야말로 '먹고사니즘'이 세상을 평정했으니 '온통 남을 밟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어려워 한가롭게 보이는 농촌에서 살고 싶겠지'하며 웃어 넘긴다.
그런데 한 친구가 주말농장 비슷하게 농사를 지어 보겠노라고 아주 구체적으로 접근해 "그래 천천히 쉬엄쉬엄 작물과 대화도 나누며 머리도 식힐 겸 농사라는게 뭔지 알아보라"며 300평의 땅을 소개해 주었다. 그런데 그 친구, 봄엔 자주 와서 덤불을 태우고 깔린 비닐을 걷어내고 하더니만 정작 파종기가 되니 이내 물렸는지 못하겠단다. 할 수 없이 이미 빌린 땅이니 내가 할 수밖에 없어 옥수수, 콩, 고구마들을 심고 있다.
300평, 적은 땅이 아니다. 거기다 남새나 과채 몇 가지를 심으려 해도 허리가 열댓 번 부러져야 가능하다. 아니 땅을 기계로 갈아야 하는 일차 작업까지 맨몸으로 덤빈다면 지금으로선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삶을 영위하는 농사로서는 턱도 없이 부족한 면적이다. 어쩌면 소박하기까지 한 300평의 땅이 우리 농업의 현주소를 발가벗은 듯 드러낸 것임을 눈치 챈 이들은 많지 않다.
무너져버린 농업..가진 자들이 면적을 넓혀가는 일만 남아
무너져버린 농업. 농촌에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농민들에게 정부는 정책이랍시고 농지의 유동성이라나 뭐라나 하는 정책을 내 놓았다. 바로 도시민 누구라도 농지를 구매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헌법이 보장하는 농지소유의 원칙을 교묘하게 벗어났다.
'경자유전의 원칙'이란 농작물을 생산해 살림살이를 영위하는 농민들에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보장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원칙을 슬그머니 300평이란 것으로 구멍을 냈다. 차츰 농지를 건드려 보는 재미가 쏠쏠 해지면 300평은 3000평으로 늘어나게 돼있다. 가진 자들의 농지소유가 부드러워지고 축재의 좋은 먹이가 될 것이다.
고위 관료들 청문회를 보면 모두가 범법자들이다. 절반이 농지를 사기 위해, 나머지는 좋은 학군 때문에 위장전입을 한다. 이제 법적, 도덕적 비난 받을 일 없이 농지를 살 수 있으니 조금씩 면적을 넓혀가는 일만 남았다.
위정자들의 인식이 이토록 천박하게 흐르는 것은 나라경제 자체가 삽질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삽질정책의 기본은 토지다. 땅값이 오르게 하려면 삽질을 열심히 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농민들도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처럼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못하고 세상 분위기라나 뭐라나 하면서 쓸려가고 있다.
땅이 몸살을 앓고 있다... 농사가 정답이다
처음 법이 제정 되면 그 법이 유효한 효과를 거둘지 아니면 행세를 못하고 사라질지를 대충 가늠하게 된다. 모르긴 해도 이 법은 오래전에 제정되어 죽은 법이 되어버린 '농지임대차보호법'과 같은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농지임대차보호법' 얼마나 웃기는 법인가. 이 법은 불법으로 챙겨낸 토지자본가들에게 합법적 소유를 인정하는 법이다.
토지 소유자들은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경작자들에게 이 법의 이행을 거부하기 일쑤다. 그래서 이 법은 사장돼버렸다.
결국 가진 자들의 투기대상이 확대되고 정당화될 뿐이다.
보라, 주변 풍치가 좋은 곳은 이미 가진 자들의 소유로 전환되었다. 그것도 모자라 아무개 전 농식품장관은 유동성의 폭을 넓혀 농민들이 죽기 전에 땅을 팔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땅이 욕망의 분출구로 자리하고 있는 사회에서 농민들의 농사짓기는 성스러움도 없고 원초적일 수도 없다. 모두가 저 잘난 윗분들의 교묘한 땅투기를 배우지 못해 안달이다.
오죽하면 대처에 나간 아들이 제 부모 돌아가시기만 기다릴까.
전설에 의하면 신농씨가 농사를 인간들에게 가르쳤다고 한다. 성스런 농사의 행위는 간곳이 없고 농사짓는 땅만이 몸살을 앓고 있다. 땅이 기운차리고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우주의 순환이 순조롭지 못하면 인간사회의 병은 치유되지 못한다. 그 병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농사다.
모두가 농사로 '힐링'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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