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의 광장
  • 기고 | 정월대보름에 부치는 소신
  • 작성자 《구국전선》편집국 2022-02-14

 

 

정월대보름에 부치는 소신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정월대보름을 설명절 다음가는 가장 큰 명절로 쇠왔다.

이날이 오면 집들에서는 오곡밥과 마른 나물로 9가지 반찬을 해먹었고, 온 마을이 모여 다채로운 민속놀이를 진행했다.

제일 이채를 이룬 것은 달맞이었다.

쟁반같은 둥근달을 먼저 보면 그해에 좋은 일이 생긴다고 하여 대보름날이면 남여노소 할 것 없이 달맞이에 나서군 했다.

사람들은 보름달을 보며 1년 농사를 점쳤고, 총각이 먼저 달을 보면 보름달 같이 환하게 생긴 마음씨 고운 처녀에게 장가를 들며 갓 시집온 새색시가 먼저 달을 보면 떡돌같은 아들을 낳게 될 것이라며 그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기도 했다.

작고하신 어머니도 대보름날이면 어린 나의 손목을 잡고 뒷산에 올라가 둥근달을 보며 『달아 밝은 달아, 우리 아가의 꿈 성취해 주렴』라고 소원을 아뢰군 했다.

올해 정월대보름은 2월 15일이다.

문득 지난해 정월대보름날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초인종소리에 출입문을 여니 내 친구 박군이 별스레 보름달 구경을 함께 가자고 왔다고 말했다.

그럴만도 했다. 뜻밖의 산재로 하루 아침에 아내를 잃은 박군에게는 8살 잡이 아들애가 유일했는데 그나마 심장병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었다.

박군은 아들애의 병을 고치면 바랄게 없다고 하면서 보름달을 먼저 본 사람에게 소원을 성취해준다고 하는 데 일찌감치 가자며 나의 손목을 이끄는 것이었다.

이렇게 되어 우리는 북악산으로 올랐다. 그곳에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있었다.

우리는 달이 제일 잘 보일만한 곳에 서둘러 자리를 정했다.

얼마후 쟁반같은 보름달이 자태를 드러냈다.

나는 정규직으로 전환 해달라고 아뢰었고, 박군은 아들이 병을 털고 일어날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

우리 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이 달을 보며 줄곧 상념에 잠기거나 중얼거렸다.

허나 바램이 성취되기는 커녕 더 비참한 신세가 되었다. 한달후 나는 비정규직에서 일일 알바생으로 되고 말았으며 그나마 일감이 없어 나중에는 무거운 빚더미에 깔려 숨조차 제대로 쉴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친구인 박군도 돈이 없어 끝내 병치료를 못한 채 아들애를 저 세상에 보내고 홀아비로 남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와 박군만이 아닌 그날 북악산에 올라왔던 다른 서민들의 처지라고 결코 나아졌을까.

아니다. 여기저기에서 매일같이 국민들의 불만과 한숨소리만 들려오고 있지 않는가.

열심히 노력하면 될 것이라는 한가닥 희망마저 버려야 하는가.

불쑥 언젠가 책에서 본 대학교수의 글줄이 떠올랐다.

『좋은 씨앗도 풍요한 대지가 있어야 뿌리 내리고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각자의 포부와 소원이 성취되려면 무엇보다 그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돼 있어야 한다』

지당한 말이다.

지금 이 사회는 99%의 국민들이 아니라 1%의 특권층을 위해 존재해 있다.

118년동안 한푼도 쓰지 않고 꼬박꼬박 돈을 모아야 집 한채를 마련할 수 있는 서민들의 삶을 비웃듯 화천대유처럼 가진 자들은 부동산 투기로 수백수천배의 수익을 올리며 돈주머니를 불구고 있다.

나와 박군과 같은 서민들이 하루하루를 연명해가며 생존의 벼랑 끝에 서있을 때 부유한 자들은 막대한 돈을 탕진하며 향락을 만끽하고 있다.

주택, 교육, 의료, 교통 등 사회 공공성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은 말로만 국민의 삶민생 걱정일뿐 저들의 탐욕을 위한 권력쟁탈에만 골몰하며 아귀다툼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런 불평등한 사회에서 국민들이 자기 희망을 성취한다는 것은 돌로 밥을 지어 먹겠다는 것이나 같다.

길은 오직 하나, 이 제도를 확 바꾸는 것이다.

누가 아닌 국민이 직접 나서야 한다.

그래야 바뀐다. 그렇게 해야 국민이 진짜 주인이 될 수 있다.

나는 국민의 한결같은 바램을 담아 이번 정월대보름날 달을 보며 이렇게 아뢰이려고 한다.

『보름달아, 1%의 특권층을 위해서가 아니라 99%의 국민을 위해 이 사회를 확 바꿔줘. 그날을 위해 나도 힘차게 투쟁하련다』

이는 정월대보름에 부치는 소신이기전에 나의 의지이기도 하다.

서울 조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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